부랴부랴 태아보험에 가입하고
조리원도 예약하고
기형아 검사를 마쳤다.
임신당뇨 검사는 애기 움직이는거 보겠다고 아침에 깜박하고 오렌지주스를 먹어서 못했다,,!
처음으로 배 위에 젤을 올리고 초음파 검사를 했다.
얼굴이 외계인처럼 보이고 움직이질 않아 조금 슬펐는데 나중에 오빠가 오고 다시 검사했더니 폴짝 뛰기도 하고 손도 뻗고 난리였다. 다리 하나를 펄쩍하고 뛰는데 얼마나 귀엽던지,,!!!!! 이제 진짜 너무 귀엽게 느껴져서 큰일났다.
사람을 품는 마음이 본격적으로 시작 됐을 때 큰일났다는 마음이 든다.
중요한 존재가 생기는 것은 즐겁고도 무서운 일이다
사랑하는 만큼 딱 고만큼 행복해지고 또 딱 고만큼 슬프고 힘들어지겠지?
인생이 플러스마이너스 제로인건 진짜 신기하다. 참 공평해
13주차쯤 되니까 지긋지긋했던 입덧이랑 두통도 좀 가시고
존재가 80%정도 인정이 돼서 만나는 사람마다 + 친가족까지 임밍아웃을 하고 있다
나는 적지 않은 나인데도(?) 주변에 결혼한 친구보다 싱글이 훨씬 많고, 애기를 낳은 친구는 유일무이하게 딱 한 명이다.
그 언니가 임신했을 적, 나는 결혼은 먼훗날 얘기인 때였고 선물 하나 할 생각 못하고, 아가를 키우는 과정을 잘 공유해주지 않는 것 같아서 서운해만 했다. 이제는 그마음을 완전 이해한다.너무 일방향 이야기라 쏟아지면 하겠지마는 굳이 상상도 체감도 반응도 어색할 사람에게 말 하기 힘든 것이었다.
그런데 요즘 선물을 참 많이 받고 있다.
주문 케이크부터, 귤박스, 키위박스, 토마토박스, 빵박스, 쌀케이크까지
기대가 하나도 없었어서 감동은 사실 열배였다.
선물 하나하나에 너무너무 행복해하고 고마움을 느끼는 내 감정을 느끼면서, 그간 남편한테는 기대를 많이 품어 서움함을 느꼈던 경험이랑 비교가 되서 조금 웃겼다.
참-, 불교가 말하는 진리 중 하나가 이런거겠지?
마음의 불편함이랑 서운함은 타인에 대한 기대에서 비롯한다고.
기대가 없으면 감동이 배가 되고 서운함은 생길 수 없는데.
아무튼 간에, 너무 행복하고 고마웠다. 아마 다들 나보다 사려깊고 성숙해져 있어서 본인이 경험하지 못한 것임에도 먼저 챙겨주는 거겠지. 이 고마움은 마음 속에 고이고이 개켜놨다가 그들에게 갚아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쑥쓰럽지만 이제 슬슬 뽀뽀한테 말도 자주 건다. 샤워할 때나 혼자 있을 때.
귀가 생겼다고 하니까 말을 걸어야할 것 같다.
한 번은 뽀뽀에게 말을 걸다 눈물이 난 적도 있었다.
아유 부끄러 뽀뽀를 많이 사랑하는게 부끄러! 왜지? 좀 더 지나면 덜 부끄럽고 사랑스럽기만 할거다
내가 많이 사랑해줄께, 건강하게 안에서 무럭무럭 자라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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