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살 1월 3일 - 한 시간이 넘는 통근길에 관하여 하루의 사리

오늘의 BGM. 네 생각 - 존박


우리 집은 서울의 끝에 붙어 있다.
고등학교 졸업 후, 무엇을 하던 한시간정도 소요는 기본이었다
공부를 하던 먹던 마시던 놀던, 그리고 출근길도 물론 한 시간

회사에서 집 집에서 회사로 가는 길이 한 시간이 넘는 다는 것은,,,뭐랄까
상투적인 표현밖에 생각이 안나지만
시들시들한 콩나물, 지옥, 좀비 등등 그냥 그거다
모두가 표현하는 바로 그 상태로 한 시간 버티는 것이다

스물 다섯 인턴 시절, 어쩜 이리도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같은 표정을 지을 수 있는지 놀랐던 기억이 있다
완전 회색빛 무표정. 이건 화난 것도 지친 것도 아닌 그저 어떠한 감정도 담을 수 없는 무의 상태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줄기 차게 꾸벅꾸벅 졸았던 나는 앞에 지하철 봉을 잡고 있던 아주머니 팔에 뽀뽀를 날린적도 있었다 Chu~
화들짝 놀라 깼고 아주머니도 놀랐겠지만 서로 마주보고 미소 한 번 짓지 않았다
아침 지하철은 그 정도로 삭막하다.

일년 전의 나는(퇴사가 가장 간절했던 시기) 누가 날 가로막거나 조금 치대기만해도
마음속으로 욕 메들리를 부르곤 했다
씨발씨발 씨발씨발 씨발씨발
표정은 여느 때처럼 무표정인데 속으로 욕짓거리를 하는 내 자신이 웃길정도로

허리가 끊어 질 것 같은데 앞에 사람이 무심하게 자고있으면
정말 악수하는 척이라도 하며 손을 내밀고 그 사람이 잡는 순간 앞으로 자빠트리고 그 자리를 차지하고 싶었다
빽빽한 지하철에 누가 방구라도 뀌면 이젠 참을 수 없다
눈알을 굴리며 고개를 쳐들고 콧구멍을 최대한 위로 올린 두 한 숨 후,,,,,
정말 사람이 얼마나 악한 생각을 잘 할 수 있는지, 세상 모두를 때리고 싶고 미워할 수 있는지를 알게 된다

나쁜 생각만 하는 건 아니다.

삶의 의욕이 넘치는 날에는 책을 읽기도 하고
조금 덜 넘치는 날에는 넥플릭스로 미생이나 언브레이커블 슈미트 를 보기도 하고

아주 가끔은 평소에는 할 수 없는 기분 좋은 공상을 한다
예를 들어 내가 그를 좋아하는 오십가지 이유를 나열해보는 것이다.
나를 부르는 목소리부터, 달래줄때 나오는 말투, 눈빛이라던가 입술의 모양 같은 것
내가 한 어떤 농담에 웃었는지 되짚어보는 것과 그와 닮은 연예인을 떠올려 보는 것

혹은 음악을 들으며 앨범에 쌓인 천오백 장의 사진들을 하나하나 뜯어보고 있으면
그래도 살 만하고 견딜만하고 그런다,,,,,,,,,,,,,,,,,,,,,는 뻥이다


하루의 2시간, 일주일에 10시간, 한 달에 40시간, 일 년에 480시간?
그런 뭐야 일년에 20일을 꼬박 씨발씨발거릴순 없는 노릇이니

후,그래서 누가 젊을 때 통근 멀리서 하지 말라고
그게 다 인생이 깎이는 짓이랬는데!!!

이미 늦었네
씨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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